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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먹먹한 건 줄 알았는데"...치료 늦으면 청력 잃는 '돌발성 난청' 72시간이 청력 가른다
어느 날 갑자기 한쪽 귀가 먹먹해지거나 이명이 들리고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면, 대부분 단순한 피로나 일시적인 현상으로 넘기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이 반나절 이상 지속된다면 '돌발성 난청'의 신호일 수 있어 빠른 진료가 필요하다.
돌발성 난청은 갑자기 청력이 떨어지는 응급 질환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청력을 영구적으로 잃을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돌발성 난청 환자는 2018년 8만 4,049명에서 2022년 10만 3,474명으로 약 23%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20대 환자는 40% 이상 급증해 더 이상 중장년층만이 아닌 전 연령층이 주의를 기울어야 하는 질환이다. 이에 돌발성 난청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 그리고 난청 예방 수칙에 대해 이비인후과 한재상 교수(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갑자기 한쪽 귀에서 소리가 안 들린다...돌발성 난청이란
돌발성 난청은 72시간 이내에 연속된 3개 이상의 주파수에서 30db 이상의 청력 손실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감각신경성 난청이다. 대부분 한쪽 귀에만 발생하며, 양측성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전체의 1~2% 내외로 매우 드물다.
한재상 교수는 "발병 양상이 매우 급격해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갑자기 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나, 전화 통화 중 한쪽 귀로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느끼며 처음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들은 귀가 '먹먹하다', '솜으로 막힌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40~60대 중장년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20대 환자가 급증하는 등 전 연령층에서 발병이 늘고 있어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질환이다.
바이러스·혈관 장애·스트레스까지...복합적인 발병 원인
돌발성 난청은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까지 학계에서 제시하는 주요 발생 기전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바이러스 감염이다. 헤르페스·볼거리 바이러스 등이 내이(달팽이관)에 염증을 일으켜 청신경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이론으로, 현재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지는 발병 기전이다. 두 번째는 혈관 장애다. 내이는 매우 섬세한 혈관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혈액 순환 장애나 미세 혈전이 생기면 달팽이관 세포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차단되어 청력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내림프수종으로, 내이 내부의 림프액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청각 세포에 손상을 주는 경우다.
스트레스·음주·흡연과 같이 면역 기능을 저하시키는 생활 습관도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짠 음식과 카페인, 스트레스는 내림프수종의 주된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재상 교수는 "나트륨 과잉은 혈압을 높이고 혈관 내벽을 손상시켜 달팽이관에 산소와 영양 공급을 방해한다"며 "기름진 음식도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혈관 벽에 축적되면서 달팽이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폰 사용은 돌발성 난청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장기간 큰 소리에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올바른 사용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 이명과 어떻게 다를까...즉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신호는?
일상에서 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이명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지만, 5분 이내에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생리적 이명은 청력 저하를 동반하지 않아 특별히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반면 돌발성 난청에서 나타나는 이명은 성격이 다르다. 수 시간 이상 지속되고, 청력 저하와 귀 먹먹함이 뚜렷하게 동반되며 어지럼증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한재상 교수는 "한쪽 귀의 청력이 갑자기 떨어진 느낌이 들고 이 증상이 12시간 이상 지속될 때, 또는 어지럼증과 청력 저하가 동시에 발생했을 때는 응급 상황으로 판단하고 즉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돌발성 난청의 치료 골든타임은 발병 후 72시간 이내로, 이 시간을 놓치면 청력 회복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진단은 기본 청력 검사와 정밀 청력 검사를 시행해 난청의 정도를 파악한다. 최근의 육체적·정신적 활동과 동반 증상, 과거 병력도 진단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시간이 곧 청력이다...치료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회복
돌발성 난청의 1차 표준 치료는 스테로이드 투여다.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1~2주간 복용하는 전신 요법이 기본 치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며, 당뇨·고혈압 등으로 전신 스테로이드 사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고막을 통해 중이 공간에 직접 스테로이드를 주입하는 고실내 주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보조 치료로는 혈액순환 개선제·혈관확장제가 병행되며, 고도 난청 환자에게는 고압산소치료를 추가하기도 한다.
치료 시기에 따라 회복 경과는 크게 달라진다. 발병 72시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면 완전 회복 또는 유의미한 호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1~2주 내 치료는 부분 회복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1개월 이상 경과 후에는 영구적 청력 손실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진다. 한재상 교수는 "전반적으로 환자의 약 3분의 1은 자연 회복되고, 3분의 1은 치료 후 부분 회복, 나머지 3분의 1은 회복이 어렵다"며 "처음에 생긴 난청이 심할수록, 어지럼증이 동반될수록, 치료가 늦어질수록 회복률이 낮아지는 만큼 조기 치료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60-60 규칙부터 저염식까지...귀 건강 지키는 생활 수칙
돌발성 난청은 완전한 예방이 어렵지만, 노인성 난청과 소음성 난청은 생활 습관 관리를 통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이어폰·헤드폰을 자주 사용하는 경우라면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60-60 규칙'을 지키는 것이 좋다. 최대 볼륨의 60% 이하로, 1회 60분 이상 연속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사용 후에는 10~15분의 귀 휴식 시간을 갖고,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는 볼륨을 높이는 것보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85db 이상의 소음 환경에서는 귀마개를 착용해야 한다.
식습관과 생활 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한재상 교수는 "내이 혈관 건강과 림프액 균형을 위해 저염식·저지방식 식단을 유지하고, 커피와 알코올의 과도한 섭취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흡연은 내이 혈관을 수축시키고 산소 공급을 방해하므로 금연이 권장된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스트레스 해소도 필수다.
소음 환경에서 일하거나 이어폰을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에는 1년에 한 번 정기적인 청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귀의 먹먹함, 한쪽 귀의 청력 저하, 지속적인 이명이 반나절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한 피로로 넘기지 말고 즉시 이비인후과를 찾아 청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